2011-12-31 ~ 2012-01-01

 때마침 2011년도 마지막 날이 토요일이라 백패커의 성지라
일컬어지는 함허동천으로 가기로 합니다. 근데 오전에 일이 생겨
오후에 출발하게 됩니다. 이미 출발시간이 저녁 5시라 너무 늦은거
같아서 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텐트도 딱 한번 쳐봤고 준비물도 제대로 챙겼는지 의심이 가고
도착하면 한참 저녁이라 해도 떨어져서 어두워질텐데 가기 싫었지만
이핑계 저핑계 하다보면 계속 못가게 될거 같아 그냥 무작정 가기로 합니다.

 우선 신촌역 4번 출구로 나오면 아트레온 극장 바로 앞에 3000번
버스가 15분 배차 간격으로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강화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7시 10분에 버스를 타고 8시 30분쯤에 강화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대략 1시간 20분쯤 걸렸네요. 정체 되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강화터미널에서 함허동천으로 가는 버스를 찾았지만 이미 버스는
다 끊긴 상태입니다. 버스 번호가 있고 그 버스의 시간이랑
방향이 있는게 아니라 방향이 있고 시간이 있고 아무튼 버스노선표가
보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날은 완전히 어두웠고 생애 첫 야영을
이 어두운 밤에 찾아가려 하니 불안합니다.

 그래도 이제와서 되돌아갈수는 없어서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출발전에 등산 다녀오신 분께 듣기로는 1만원 정도면 간다고 하셨는데
실제 가보니 정확히 2만원 나왔습니다. 오후 8시 50분에 택시를 타서
9시 10분에 도착했습니다.

함허동천이라 해서 내렸는데 주위는 온통 어둠뿐이라 ㅠ.ㅠ



 다행히 입구에 편의 점이 있어서 휴지좀 사고 천천히 걸어올라
갔습니다. 입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관리소가 나옵니다. 야영비
포함해서 9,500원 을 내고 입장 했습니다. 길은 완전 어둡지만
가로등이 있어서 그리 나쁘진 않았습니다. 올라가는 도중에 나오는
야영 장소에 누군가 텐트를 치고 있었습니다. 얼른 그 옆의 빈자리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더 올라가려 했지만 어두운 곳을 찾아서 빈 야영장소를 찾는다는게
부담스러워 텐트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어두워서 제대로 치기 힘들었지만
급한맘에 얼른 급하게 치고 침낭 깔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날씨는 엄청 추었지만 침낭안에 들어가 있으면 따듯해지겠지라고
생각했었지만 새벽녁까지 거의 뜬눈으로 지샜습니다. 한기가 바닥에서
부터 올라오는데 덜덜 떨며 잤습니다.

 이래서 백패커님들이 바닥 공사라는걸 하시는구나란걸 알게 됐습니다.
우선 바닥에 찬공기가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야 하는데 그게 매트든
무엇이든 해야 하는데 전 바로 돔텐트 안에 침낭만 깔았고
안일하게 준비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침낭이 1650g 짜리라 괜찮겠지라고만
막연히 생각하고 때마침 배낭도 55리터 짜리라 동계용으로 하기에는
너무나도 작았습니다.

  두시간 정도는 너무 피곤해서 잤는데 너무 추워서 깬 이후로는
다시 잠들지 못해습니다. 침낭안에서 숨쉬면 입김이 나옵니다. ㅡ.ㅡ
두번 다시는 못하겠다란 생각으로 밤을 보냈습니다. 엉덩이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뼈, 근육이 다 시리더군요. 이리 움직였다 저리 움직였다가도
해보았지만 그리 나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새벽에 일어나고 나서야 너무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안찍었단걸 알게
되서 아이팟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밧데리가 거의 방전되어 있었
습니다. 충전을 풀로 해왔었는데 왠 방전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집에와서
다시 보니 충전량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너무 차가운데 있어서 밧데리가 제성능을 발휘 못한것이었습니다.
전자기기들은 조금 따듯하게 침낭안에 넣거나 해야 한단걸 배웠습니다.

 새벽에 뜬눈으로 지새우고 있는데 5시쯤 사람들 발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이 지나간다는걸
미쳐 생각치 못했습니다. 텐트가 인도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었거든요

 '텐트 치고 야영하는 사람도 있네' '설마 그냥 쳐논 거겠지'
'이렇게 추운데 야영을 하다니' 막 이런저런 목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누워서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는데 그리 나쁘진 않았던거 같습니다.
새소리도 들리고 발자국 소리도 들리고 주변의 소리에 민감해집니다.

 귀찮아서 아침을 굶으려고 했지만 집에 돌아갈때 짐좀 줄이자는
생각으로 라면을 끓여 먹습니다. 추웠지만 라면을 끓여 먹으니 기분도
조금은 상쾌해집니다. 텐트안에서 끓여 먹는 라면이라 색다릅니다.
거기다 햇반도 넣어 끓여 먹고 잔슨빌 소세지도 넣어서 같이 먹고
암튼 역시 먹는것도 잘챙겨가야 할거 같습니다.

 사실 첫경험이지만 백패킹가서 할만한게 먹고 싸고 자는 거 뿐이
없는거 같으니까요.

 야영지에서 바로 내려와서 건너편에 버스가 있는데
1, 4, 11번이 있습니다. 전부 강화터미널로 간다고 해서
아무거나 기다렸습니다. 한 40분은 기다린거 같습니다.
전부 배차간격이 1시간 가량 된다고 합니다.

 강화 터미널로 가서 터미널에서 신촌행 3000번을
타고 아트레온 극장 건너편에 하차 해서 백패킹을
마무리 했습니다.









Posted by great-artist
,